이웃과 더불어 사는 상점
농장이름을 짓거나, 저나 우리 가족의 주품목 이름을 붙이지 않은 건, 이웃들의 농산물이나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낼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친환경 농업은 땅 속 미생물을 살리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 이들과도 더불어 잘 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골이었다면 숲상점, 바닷가였다면 바다상점이었겠지만, 제가 농사짓기로 한 곳은 너른 논밭이 있는 곳이라 그냥 논밭상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농사를 지었는데, 요즘은 같이 농사를 짓고, 같이 논밭상점을 돌보는 동료가 생겼습니다. 우리는 유기농 허브와 제철 채소농사를 짓고, 논밭상점을 통해 팔면서, 동시에 다른 농민들과 연대합니다.
다른 농민들의 농산물이 1년에 한두 번 만날 수 있는 계절채소라면, 우리는 우리가 농사짓는 허브와 특수채소를 연중 공급합니다. 서로의 품목 덕분에, 다양한 소비자가 유입되고, 판매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새로운 판이 되는 논밭상점
논밭상점은 일종의 새로운 판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판, 새로운 판로를 만들 수 있는 판 같은 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새 판로를 찾는 이웃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제 농산물도, 우리 가족 농산물도 다 판매하는 게 정말 버겁지만, 힘닿는 한 함께 합니다.
이때 농민들에게 안내하는 논밭상점 기준입니다. 논밭상점은 유통으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 농민, 상점, 소비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그리고 건강한 물품을 팝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좋은 삶과 좋은 농업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향후에는 유통에 집중할 수도 있고, 친환경 물품을 고집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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